분노왕

주성하의 평야이야기



제목 외상 술값 계산에 거래되는 김일성 배지
  • 작성자 운영자
  • 작성일 2015.08.11 14:16:13 | 조회 3358 | 추천 0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2015년 7월 10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주는 김일성 사망 21주기 행사에 여기 저기 불려 다녔겠네요. 그런데 지금 30살 미만 청년들은 김일성 시대를 살아봤던 기억이나 날까 싶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해서 전체 북한 인민이 울고불고 통곡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진짜 빠르네요. 올해는 정주년이 아니니 아무래도 추모 행사가 대폭 축소된 것 같던데, 20년 넘게 똑같은 추모 행사 반복하는 게 밖에서 보는 저부터도 지겹습니다.
 
그런데 요즘 김정은과 이설주를 보면 초상휘장을 달지 않을 때가 많아 눈길이 갑니다. 인민들은 초상휘장을 달지 않으면 반동분자 취급 하면서 정작 김정은은 초상휘장을 달지 않던데, 왜 그럴까요? 김정은을 보위부로 잡아가서 왜 충성심이 없이 초상휘장 달지 않았는지 문초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래도 김정일은 김일성 초상휘장을 꼬박꼬박 달고 다녔었는데 김정은은 할아버지는 물론 아버지 초상휘장도 달고 다니지 않는 것을 보니 자기도 지겨웠을까요.
 
하긴 김정은 역시 32살이니 김일성이 생각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김정일이가 김정은의 존재를 숨겼겠으니 김일성을 만나본 적도 없고, 김일성도 그런 손자가 있었는지 알지 못하겠죠.
 
만난 적이 있다면 벌써 그때 사진을 몇백 번 우려먹었을 것 같은데, 아직 김일성과 김정은이 함께 있는 사진이 안 나왔습니다.
 
제가 볼 때는 이설주까지 초상휘장을 달지 않은 것을 보면 그 부부가 초상휘장을 달지 말자고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안 그럼 이설주가 어떻게 자기 맘대로 달지 않을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럼 여러분들도 달고 다니지 마십시오. 지금 21세기에 어디에 특정인의 초상휘장을 무조건 달고 다니게 하고, 달지 않으면 처벌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아무리 정신 나간 종교집단도 그런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초상휘장도 어디 한 명 것만 달고 다닙니까. 김일성 초상휘장을 달아야지, 김정일 초상 휘장을 달아야지, 이제 김정은 초상휘장까지 나온다니 세 개나 달고 다녀야 하겠네요.
 
거기에 대학생은 또 대학 배지가 있을 것이니, 그것까지 달고 나면 가슴에 네 개나 달고 다녀야 할 텐데, 정말 생각해보면 웃깁니다. 다행히 요즘엔 쌍상이 나와서 휘장 한 개에 얼굴 둘을 새겨 넣으니 빨래할 때 세 개나 떼어냈다 달았다 하는 번거로움은 좀 덜하지 않았나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가 초상휘장을 자기부터 솔선수범해서 안다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김정은이 계속 안 달고 나오면 자연히 북한에서 초상휘장을 달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지금 북한에 누가 충성심 때문에 초상휘장을 달고 다닙니까.

북한의 각종 초상휘장들.
제가 북에 있던 2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초상휘장을 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처벌받으니까 어쩔 수 없이 달았고, 둘째는 신분을 나타내기 때문에 다는 것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양의 초상휘장을 만수대창작사에서 만들어 몰래 뒤로 빼돌려 장마당에서 비싸게 팔아 돈을 법니다. 이걸 사는 이유는 비싼 휘장으로 곧 내가 높거나 또는 돈 있는 인물임을 과시하기 위해서였죠. 주로 젊은이들이 무리하면서 사죠.
 
과거엔 당상, 쌍상, 겹상 이런 것이 귀했는데, 이제 김정은 얼굴까지 3명의 얼굴이 들어간 휘장이 온다니 제가 이름을 정해드릴게요. 삼겹상이 어떨까요. 한국 사람들은 돼지고기 부위 중에 삼겹살이라는 비계와 떼살이 섞여 있는 피둥피둥한 부위를 제일 좋아합니다. 김정은 얼굴까지 들어간 휘장은 삼겹상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는 북에 있을 때 남쪽 대표단이 오면 가슴에 무슨 배지를 달고 있던데, 남조선도 대통령 초상화를 달고 다녀야 하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나중에 여기 와서 보니 국회의원 배지더군요. 남쪽은 간혹 사람들이 무슨 배지를 달고 다니지만, 소속을 나타내는 배지가 대다수입니다.
 
주로 국회에 있다거나, 변호사를 한다거나 아무튼 남보다 직업이 좋은 사람들이 자랑삼아 달고 다니지 일반 사람들은 달지도 않지요. 배지로 신분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볼 때 북한의 초상휘장은 결국 과시욕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또 북한만 고유한 세 번째 이유도 있지요. 귀한 초상화는 비싸니까 겹상 같은 것은 인민폐 40원 아닙니까. 초상휘장이 돈으로 거래되니 쓰리꾼들이 지갑을 훔치지 않고 초상휘장을 슬쩍 하니 비싼 초상휘장을 달고 술 먹고 길에서 잤다간 큰 돈이 날아나는 셈입니다. 인민폐 40원이면 어림잡아도 강냉이 30키로가 날아나는 셈이 되겠군요.
 
쌍상이 자유롭게 거래가 되니 이게 화폐의 기능까지 합니다. 돈이 없을 때 초상휘장 떼 주면 시중 가격의 반값으로 쳐준다고 하니, 초상휘장 내고 술 먹는 일도 많지요. 한국에선 전당포에 금가락지, 비싼 시계를 맡긴다면 북한은 김일성 휘장을 맡기니 이게 북에선 곧 금가락지요, 비싼 시계인 셈입니다.
 
집에 걸어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있을 때는 3대 장군상이라고 해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이 군복을 입은 초상화가 비싸게 거래돼 그거 집에 있으면 잘 사는 집으로 인정됐습니다. 요즘엔 어떤 초상화가 비싼 것이라 인정되나요.
 
그런 것을 보면 참 웃깁니다. 하도 문을 꽁꽁 닫아 매놓으니, 외국에 나오면 그냥 쓰레기, 휴지로 밖에 안쳐주는 것을 갖고 북에서 네가 잘났고, 내 잘났고 따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기 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아에 가면 조개껍데기가 화폐였다던데, 북에선 초상휘장과 초상화가 그 나라의 조개껍데기나 마찬가지인 것입니다.
 
원시시대 풍경이 북에서 펼쳐지니 안타깝습니다. 이왕 갖고 있으려면 초상휘장이 아닌 외국에 나가 팔아도 돈 되는 것을 귀하게 갖고 있으라고 이야기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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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걸 | 2015-08-27 05:15:37

    읽고보니까 예전에 있었던 일이 생가납니다. 아는 사람이 페양에서 공사차 오래 머물렀답디다. 함께일하는 북한사람이 다 떨어진 장갑을 끼고있어서 우리나라 장갑한켤레를 주었답니다. 이중고무코팅한것을. 고맙다고 백배인사하고갔는데 다음날 또 헌장갑을 끼고 있어서 왜냐고 물었답니다. 어제 술먹었다고 하더래요. 북에서는 그 장갑 한켤레면 술한번 실컨 먹을 수 있답디다. 그 얘기듣고 참 씁쓸했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데 그렇게 귀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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